네가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는 동생이 어느 날, CD를 보내왔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그저 길거리에서 노래를 하는 한 가수의 노래가 담긴 CD였어요. 한가득 웃음을 짓고 있는 가수의 얼굴이 담긴 자켓.
타이틀이라는 Right On Time은 단순한 기타 하나로만 이루어진 잔잔한 노래입니다. 처음엔 그저 노래 자체를 차분히 들어봤는데, 노래만 들어도 굉장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무런 꾸밈없는, 단어 그대로 "깨끗한 멜로디". 그리고 단조로우면서도 결코 연약하지 않은 목소리. 기타 소리가 참 매력있죠. 특히 전 이 뮤비를 좋아하는데, 얼굴을 똑바로 보고 환하게 웃으며 "넌 잘하고 있어^^"라고 속삭여주는 장면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얼마 후에, 한글로 가사를 번역해서 보내준 것을 우연히 보게되었어요. 아. 번역된 가사를 보니, 이 노래가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를, 그 동생이 이 노래를 추천해 준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항상 주위에서 충고나 위로를 해주거나 혹은 꾸중을 할때, 늘 너는 이게 문제이고 이것을 고쳐야하고...항상 무언가 '단점'을 내보이며 얘기를 합니다. 직설적인 얘기가 물론 문제의 본질을 따져서 좋은 방향으로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이쪽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지라, 피곤하고 힘들땐 그 어떤 격려의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과 앞으로 나아갈 길이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거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거든요.
너는 너의 길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지나쳐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때로는 힘들고 지치는 때도 있고 어쩌면 외롭고 억울한 때도 있을 테지만, 불안해하지 말고 나아가려는 길을 그대로 가라고.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거라고.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을 너무 불안해하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노래가, 많은 수식어도 꾸밈음도 없는 이 노래가, 말없이 지친 어깨를 두드려주고,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고, 조급했던 마음을, 태엽을 감듯, 제자리로 돌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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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맘놓고 여려지는 것도 필요해
사람이 참 이상한게, 늘 웃고 늘 행복한데도 사실은 힘든 뒷모습을 보고싶고 그것도 왠지 꼭 밑바닥까지 내려가야만 뭔가 다시 오를 자격이 있는 것 같고, 아픈 사연이 있는게 더 애틋해보이고,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이미 지나온 과거를 자꾸 돌아보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게 만들고.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데, 주위를 꼭 확인해봐야하고, 혼자서만 앞으로 튀어 나가면 부러워하면서도 안좋아하고. 한번에 수십가지의 감정을 원합니다.
그럴 때 소녀들은 우리에게 수십가지의 감정을 가지게 해줍니다. 노래로 연기로 춤으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우리에게 힘을 주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주고. 밝은 노래는 밝게, 애절한 노래는 애절하게(가끔 밝은 노래도 애절한 것만 같은 부작용을 주는 '어떤' 아이가 있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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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소녀들은 누구에게, 혹은 무엇으로 위로를 얻을 수 있는걸까. 보여지는 삶과 보여져야만 하는 삶. 말투 하나하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보여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허술하면 안되고, 모든게 짜여져있는 삶. 즐거워서 택한 일이지만 즐겁지 않은 상황도 어쩌면 매순간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노래를 듣고, 노래로 마음을 푼다고 하는 아이에게 작게나마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곡을 추천해봅니다. 이 노래를 듣고있을 때만큼은,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와, 수없이 얽매여있는 것들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잠깐동안만이라도, 그저 기타 선율에만 귀를 기울일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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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맞게 가고 있어
팀티파니가 처음 시작할 때, 아이는 스무살 즈음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처음. 어른이 되는 첫발자국, 한 사람의 인격이 제대로 시작되는 첫 출발. 가수를 꿈꾸며 연예인이라는 화려한 세계에 조금은 눈이 멀어있었을 지도 모를 스무살. 인기와, 팬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로 시작했던 스무살의 가을.
4년이 흘렀습니다. 아이돌로서의 5년은 정말 긴 시간이죠. "이렇게 길게 갈 줄 몰랐어요" 라고 어느 인터뷰에서도 그랬듯, 아이는 보통의 이십대가 겪을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일년, 또 일년을 열심히 넘어갑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힘든 일도 많을텐데, 4년동안 지켜본 아이는 이제 제법, 어른이 되어갑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다음 일년을 준비하고, 또 다음 오년 뒤의 미래를 기다립니다. 소녀들은 늘 희망에 차 있습니다. 하고싶은걸 하기 위해 모든걸 손에서 놓을만큼 깡다구도 있고 원하는걸 이루기 위한 추진력도 있습니다. 매번 인터뷰를 볼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또 조금씩 놀라워하는 우리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에게 넌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하는게 아니라, 아이가 우리에게 언니는, 오빠는, 너는, 너희는 잘 하고있다고 끊임없이 위로를 보내주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노래를 통해서, 웃는 얼굴을 통해서.
소녀들은, 자신의 길을 딱 맞게 가고 있고,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아이가 걷는 길을 곁에서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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