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7. 22:38ㆍ팀.티파니::(팊사전)/절대적이고상대적인잡담
Absolute & Relative : For a Chat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잡담
애벌레는탈바꿈하여 마침내 나비가 된다
무대 밑에서 좁은 통로를 통해 급히 달려간다. 머리 위의 무대 바닥이 음악의 진동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탁탁탁탁 바닥을 울리는 구두소리. 어둠 속에서 계단을 오를 때 보이는 앞사람의 등.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마이크 수신기의 감촉. 귀 안 깊숙히 들어와있는 인이어의 묵직함. 손신호를 셀 준비를 하고 있는 스탭들의 옆모습. '지금 이 무대를 열심히 하게 해주세요' 기도도 해보고. 한발짝만 더 떼면 무대 위. 익숙하지만 때로는 낯선, 그 공간만의 공기가 벌써 코로 들어온다. 무거운 먼지 냄새. 푸르르- 립스틱이 번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입을 풀고. 힐의 끈을 조절한다. 아주 미세한 실수라도,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탁탁탁탁.
어두운 무대를 전속력으로 뛰어가 자리를 잡고, 불이 켜지면
나는..
[I AM]을 두 번 봤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처음과 중간에 두번 나오는..소녀들이 불이 꺼진 무대에 올라가 대형을 잡고 대기하는 순간의 장면이었다. 간주가 멈추고 무대 조명이 딱 켜지기까지의 그 몇초간 팬들의 소리도 스탭의 소리도 들리지않고 무음으로 웅....하고 작게 울리는 느낌으로 처리되던 부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일주일에 한달에 수십개의 무대를 오르면서도 매번, 무대위에 올라가기전의 그 먹먹함이 셀 수 없이 반복되는 인생. 그런 인생을 매 초마다 느끼며 살고 있는,
나는 [ ]입니다.
[I AM]은 '기승전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결승기전'쯤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를 펼치는 가수의 모습에서 시작해서, 처음 한국에 오던 때의 이야기와 연습생때의 노래와 춤연습, 연습이 잘 되지않을 때의 혼란, 데뷔가 무산되었을 때의 허망함, 데뷔직전의 떨림, 데뷔를 앞두고 미래에 대한 희망들이 이어지고, 무대뒷편의 모습, 긴장하고 있을 때, 무대후의 환호.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그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쩌면 [I AM]은 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유료 스타인생극장'이기도 하겠지만. 주축의 스토리는 뉴욕 메디슨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한 SMTOWN 라이브공연 무대, 그리고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노력했던 과거의 모습들이 짧은 인터뷰식으로 보여진다. 무대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아이의 모습.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언젠가부터는 영어로 나레이션도 하고.객석의 반응을 보고 애드립을 치는 여유도 부리고. 아이는 기분이 좋다. 이 무대에서 염원의 첫 영어곡을 부를 수 있게 되었고, 원하던 미국에서의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자신의 노래를 온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아이의 스케줄에 "미국 공연"이라는 멘트가 쓰여지기까지 걸린 시간과, 땀과, 못쓰게 되어버린 운동화의 숫자와, 잠을 잘 수 없었던 날들과, 그 모든 것을 담은 기록. [I AM]이다.
가끔은 티파니가 "SM에 들어올래?"라는 제안을 받은게 행운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보아언니가 있는 회사라 들어왔어요"라고는 하지만, 그때 SM이 아니었다면, 또 한국행 비행기를 안탔다면. 티파니가 KPOP을 좋아할 시기가 아니었다면. [I AM]은 31명의 아티스트의 이야기- 라고 쓰여졌을지도 모른다.
티파니의 보컬 타입이 전형적인 SM스타일이 아니라서 사실 데뷔때는 좀 의아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래서 더 눈에 잘 띄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캐스팅 매니저들이 가끔은, 신과 같은 존재로 생각되기도 하고 (웃음) ....SM캐스팅 언니오빠는 사랑입니다(_ _) 또 그 오랜 시간동안 자잘한 연습영상까지도 다 기록으로 남겨놓았던 회사의 철저함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유난히 기대했던 부분이, 데뷔전 부채춤 연습을 하던 부분과,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연습 부분이었다. 연습벌레 스테파니가 티파니라는 완성형으로 되기까지의 시간들을 알고서 티파니를 보는 기분은 사뭇 색달랐기 때문에.
지난 5년동안 누가봐도 '티파니'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입이 닳도록 말했던 '열심히'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마치 아기가 처음 세상을 알고 자라는 것처럼, 모든것을 습득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생각과 다른 결과에 당황하기도 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즐겁고 신나기도 하고. 아이는 '티파니'라는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꾸며낸'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스테파니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생각해본다. 캘리포니아의 밝은 기운을 가진 활달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가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아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고, 그만큼, 잘 버텨내 온 지난 세월들.
'노래하러' 한국에 왔고 '노래하는'사람이 되었고, '노래하고싶은'이들에게 닮고싶은 아이콘이 된 소녀.
아이의 지난 시절들, 우리가 보지 못했던 뒷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빛나는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아이가 우상으로 삼았던 사람과 만나서 같이 꿈을 이룰 수 있게된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I AM]은 아이의 과거이자, 현재였다.
사실 다른 소녀들과 달리 티파니는 유독, "SM연습생 미국출신 스테파니황"이라는 얘기와, 말이 별로 없는데 되게 착하다더라" 라는 말 이외에는 연습생 시절이 거의 밝혀진게 없었다. 다른 소속사에서 건너온 써니를 제외하고는 아홉명의 소녀들 가운데 혼자만, 무언가의 활동을 한적도 없고 연습생팬들 사이에서도 별로 얘기가 돌지도 않았고. 정말 흙속의 진주였을까. 비밀병기였을까(!) 아니면...그냥...정말 별로 볼게 없었나!!!!(웃음) 그래서 유난히도 데뷔초 대중의 관심이 조금은 더 집중되었을지도 모른다. 알려지지않은 매력의 소유자. 귀여운 타입의 연예인은 기존에도 많았지만 늘 그렇듯 어리버리하고 어설픈 컨셉은 대중들에게 호감을 산다는 법칙이라도 있는듯 그렇게, 급속도로 아이는 세상에 알려졌다. 가수라는 꿈을 꾼지 단 3년만에.
아이는 이름이 세 개가 있다. 본명 스테파니. 한국이름 미영. 가수이름 티파니. 세 개의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들. 국적도, 살아온 공간도, 생각했던 것도 전혀 다른 삶. 고작 이십여년을 산 아이가 그동안 살아온 힘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 갭때문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부분이기도 했을 것일지 모른다. 원래는 회사내에서도 스테파니로 불뤼었었다지만(천상지희의 스테파니가 오히려 한국명으로 불뤼었다고), 데뷔직전 파니의 '신의 한 수'는 이름변경과 머리스타일 바꾸기가 아니었을까. '스테파니황'의 인생과 '티파니'의 인생이 변하는 바로 그 지점. 하지만 사실은 정말 신의한수는 아이의 '결단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터뷰 중에, 그리고 최근 잡지 인터뷰에서 말한 걸 들어보면, 오디션을 보고 단3주만에 결정을 내렸지만, 사실 나는 그만큼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대답을 했다. 그당시 스테파니에게는 아마도, 어떤 전환점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태티서 라디오 중 인생그래프를 그렸던 대목에서 티파니는 말했다. SM에 들어오기전, 한때 '개인적인일들로' 방황하던 시기였다고.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에 대해 알지못하는 곳에 가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 개인적인 생각을 잊고 다른 것에 마음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한국어를 배우고, 소녀들을 만나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학교를 다니고 연기를 배우고. 데뷔후에, 잠시 잊고 살았던 그당시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보았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는 과거의 일을 얘기하면서 울기도 했고, 아련해하기도 했고, 그리고 다시금 느꼈다. "무조건 열심히 했다. 노력하면 안될건 없으니까" 라는 말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아이에게는 정말 "약한 마음이 들지 않게 열심히"의 의미였다는 것을.
연습생 이외에도 흥미로웠던 것은, 아이가 처음 한국에 올 때 '보아언니가 있는 기획사'라니까 모든걸 제쳐두고 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I AM]에는 보아의 데뷔7주년 파티에 데뷔초인 소녀시대가 축하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기 이름에 보아를 붙여 '스테포(Steph+BoA)'라고도 불렀던 아이였던지라, 눈앞에서 보아선배를 보고도 부끄러워서 구석에 숨던 아이의 모습. 보아도 그런 동생이 귀여운지 연신 웃음을 짓고. 그랬던 아이가, K-POP스타의 특별무대에서, 보아선배 앞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인다. 아이는 자신의 꿈을 넘어서는 더 큰 꿈을 꾼다. 그리고 스스로 나아간다.
어떻게보면 [I AM]의 백미는 그야말로 '소속사'만이 찍을 수 있는 영상들이었다.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는 영상뿐 아니라 데뷔일의 첫 방송 무대를 위해 올라가는 길의 대기실, 그리고 무대를 내려온 후의 대기실 풍경. 하얀 스쿨걸 치마를 입은 아이는 데뷔무대후 가족들이 몰려와서 기쁨의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구석에서 조용히 울고있었다. "Thank you...Thank you.."만 되뇌이며 작게 울고있던 아이. 가족이 한국에 오지 못해 아쉬운 첫방이었지만, 여러 예능과, 수없이 많은 무대를 거치면서, 스스로 성장해간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의 가장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과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영상은 공연장을 나서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른 지금, 소녀들과 소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점을 찾고 있다.
뉴욕공연은 그걸로 모든게 끝나는게 아니라, 그들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어느 하루,였을 뿐이었다.
나비같다고 생각하는데요. caterpillar, cocoon, butterfly가 있다면, 티파니 는 나비구요. 미영 은 그 중간단계? 그리고 스테파니는 그 첫단계인 것 같아요. 스테파니황이라는 이름은 강하고 미영이는 또 한없이 여리고 티파니는 그 모든걸 예쁘게 치장(포장)해주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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