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5. 00:11ㆍ팀.티파니::(팊사전)/절대적이고상대적인잡담
for a chat XD
Love is a relationship built on a firm foundation.
- 사랑이란 단단한 토대 위에 세워진 관계이다.
(캡춰 : http://www.youtube.com/watch?v=7xVIJJR1qsw)
*
저 멀리에서 천천히 '소녀시대호'가 출항한다. 닻을 올리고 잠깐 기다렸다가 조금씩 천천히, 다가온다.
아주 작은 돛단배이지만, 핑크빛이 넘실거리는 바다의 물결을 타고 매끄럽게, 항해를 시작한다.
한 명의 선장과 여덟명의 선원은 연신 세상에 손을 흔들며,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바라본다.
'소녀시대호'는 바다의 중심에 서서, 세상을 향해 경례를 했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가 교차되는 순간.
아직도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눈이지만, 모두가 기쁨이 가득한 채로 그렇게 조명에 얼굴이 빛났다.
한국콘서트에서 '보고싶었어' 이벤트가 끝난 직후, 바로 다음 곡이었다.
'컴플릿'무대 후 휴식 없이 바로 다음 곡이라 소녀들의 얼굴은 아직도 한참이나, 상기된 채였다.
컴플릿 때보다도, 사실은 '동화'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
소녀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소녀들이 진심으로 우리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이벤트였다.
#. 평범하지만 평범하지않은 말
'보고싶었어(아마 번역하면 I've missed you 쯤 되려나..)'라는 다섯 글자. 어떠한 미사어구가 없어도 상관없는 말.
콘서트에서 팬들이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는건 흔한 일이고, 원투데이 일어나던 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팬들이 '보고싶었어' 이벤트를 가장 깊게 기억하는건, 그것이 단지 '보여주기'식 이벤트였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특권은 '소원1기'여서가 아닌,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소녀들이 하는 말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가장 잘 이해시켜줄 수 있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의미. 물론 다른 나라의 팬들이 보면 "뭐 그런 이기적인 말을 하냐"라고 하겠지만, 솔직히 보고싶었어 이벤트는 그다지 특별한 효과나 화려한 모션을 이용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평범한 폰트로 쓴 평범한 말.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또, 가장 듣고싶었던 말. 어떠한 뉘앙스로도 번역될 수 없는 의미. 그런게 아니었을까.
한국 소원들은 '기다림'이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그리고 '엎친데덮친격'이라는 속담을 싫어하고, '연장'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보통 '두세달에 한번씩 나오는 싱글' 패턴에 익숙해질 무렵, 스케줄이 어그러지면서 찾아온 '알수없는 미래와 벽'이었던 나날들을 견뎌냈다. 싱글 스케줄이 엎어져서 재작업을 한다는 말도 오직 루머로만 들었다. 정확한 정보도 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날들. 소녀들 또한 불안한 나날들이었다고 했다. 서로의 기다림은 9개월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팬들은 고작 "데뷔 1년차인 아이돌"을 끈기있게 기다렸다. 고맙고도, 신기한 시간. 서로 아무 대책도 없이 '그저 믿었다'.
그래서 마치 기다림에 대한 '선물'을 받은듯이 맞이한 앨범의 성공. 기다렸던 날들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어제도 TV를 틀면 소녀들이 있었고, 오늘도 뉴스를 보면 소녀들이 나왔고, 내일도 어딘가에서 소녀들이 행사를 하는 스케줄이 있었다. 매일 '같이하는 날들'이 행복했고, 그런 날들만 영원하길 바랬다. 소원들과 소녀들은 그렇게 '기다림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소녀들은 더 비상(飛上)하기 위해 일본 진출을 택했고,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두달여간의 투어와 해외 방송 활동, 행사 참여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예전처럼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줄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다시 만날 날을'. 그래서 또다시 찾아왔다. 기적처럼 '앵콜콘서트'의 시간이. 이벤트 타임이었던 '컴플릿' 때에 소원들은 소녀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했다. 콘서트장 전체의 관객들이 머리위로 들어올렸던 메세지. 소녀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기다리지 않으면 어쩌지'라고 계속 가슴 한켠에 접어두고 있었던 불안감이 펑! 하고 터져버린 것이었던 것 같다. 서로가 멀어져 있을 동안 혹시라도 불안했을지도 모를 소녀들을 위해, '너희가 보고싶어서 기다렸다'고. '우린 이자리에 있었다'고. 서로 '믿었더니 그대로 이루어졌다'라고. 모든 것이 축약된 단어 하나가 소녀들을 진정시켜 주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에게 전화를 걸면, 이런 저런 투정이나 하릴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더라도 갑자기 마음에 확 들어오는 말이 있다. "밥은 잘 먹었니?" 라는 말. 한국인의 인사인 '안녕하세요?' 라는 말의 의미는 보지못했던 사이에 몸은 건강하게 잘 있었냐는 서로를 걱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고싶었다는 말, 보지못했던 동안 '너를 계속 생각했다' 라는 의미. 어쩌면 '내가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너는 외롭지 않을거야'라고 토닥여주는 말이기도 하고.
그 이후로도 또다시 투어의 시기가 있었고, 또 한번 싱글 스케줄이 밀리는 일이 있었고, 또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지만, 이젠 다르다.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돌아가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라는 게 이젠 든든해졌기 때문에.
#. 믿기 때문에 더 아련한 말
'우리 오래 가자(together forever)'라는 단어. 두번째 메세지이벤트였다. 역시나 기나긴 투어 끝에 찾아온 콘서트에서였다. 여전히 팬들은 기다림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심장이 쫄깃해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소녀들은 어느덧 6년차를 맞이하고 있었고, 매일 매달 매년 수십팀과 수많은 가수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초시계같은 가요계에서 아이돌로 살아가는건 쉽지않은 일이었다. 밑바닥말로 '몸값이 올라' 쉽게 행사를 뛰기도 어렵고 스케일은 더욱 커져 해외에 나가는 일도 잦았다. 소녀들은 어쩌면 슬슬 '연예계 사춘기'를 겪고있을지도 몰랐다. 아직 '떠나감'에 익숙해질 시기가 아닌데 이런 감정은 도데체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라는 불안감일 수도 있고, 과연 우리가 돌아왔을 때 그 자리는 채워져있을까 비어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을 수도 있고.
소녀들은 콘서트에서 가끔 이런 멘트를 했다.
"관객석을 가득 메워줘서 고맙다"
"이 무대가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회 최선을 다한다"
"소녀시대와 함께했다는 추억을 간직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늘 불안해한다. '더이상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도 늘 '스쳐지나감'을 겪었기 때문에, 자신의 근처에 머물고 있는 이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소녀들이 말했던 '인기는 계절이다' 라는 말속에 숨어있는 '계절의 경계'. 순리대로 스쳐지나가면 다음 계절이 오지만, 계절 속에 그대로 정지해버리면, 다음 계절은 오지않는다. 팬들은 바로 이 계절의 경계에 서 있었다. 소녀들을 어서 다음 계절로 인도해줘야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가진 이들. 그 역할을 했던게 아마 '우리 오래 가자'라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우리 오래 가자'라는 메세지를 보고 소녀들은 또다시 감동했었다. 조바심을 냈던 그 마음을 다시금 다잡아 준 말이었을까. 수많은 가사로 영원히 함께 사랑하자 함께 나아가자 서로 손을 잡자는 노래를 불렀어도, 아마 이순간이 제일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던 것 같다. 사실은 forever라는 단어보다도 '오래'라는 단어가 본능적으로 가슴에 와닿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영원히'라는 말은 왠지 너무 방대하고 끝이 없어보이지만 '오래'라는 말은 때로는 단순하면서도 더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지금의 순간부터 조금씩 서로 맞춰나가는게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하지만 forever든 오래 든, '우리가 너희를, 너희가 우리를 여전히 믿고 있으니까 걱정 마'라는 의미엔 변함이 없다. 이 메세지로 우린 또 '하나'가 되었다.
우리 오래가자 이벤트 전날의 이벤트는 '노란 봉'이었다. 단순한 색상 체인지의 의미는 아니었고, 확정된 이유는 따로 없었지만, 소녀들이 오랜 월드투어를 처음 시작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소원들은 또다시 '기다림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노란색은 '기다린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소원들은 여전히 기다린다.
#.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시간이 나를 스쳐간 그만큼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어느날 문득 너에게 난) 한없이 이끌려 너에게
-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노리플라이&타루)
보고싶었다는 말과 영원하자는 말은 흔히 연인관계에서 사용되는 언어이기도 하다. 남자팬이든 여자팬이든 소녀들과 우리는 마치 연인처럼, 때로는 아주 친한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오고 있다. 아직도 서로를 지켜주고 싶고, 때로는 아 이미지 관리 좀 하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오기도 하고, 가끔은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또 언제나 자랑스럽고 자꾸만 서로를 알리고 싶어 죽겠고, 걱정하기도, 쓰담쓰담해주기도 한다. 장황한 꾸밈말이나 거창한 형용사보다,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알고있는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 때로는 더 애정어리게 들리는 법이다.
오늘도 우리는 조금씩 더 소녀들에게 다가간다. 지켜보고, 응원하고 다가간다.
이정도의 간격이, 딱 적당한 우리. 오래도록, 늘 함께 지내자.
내일도, 모레도. 우린 계속 이자리에서 늘, 너희를.
* 이밤중에 또다시 찾아온.........................왠 궁상맞은 글이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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