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3] 15주년 팬미팅 후기 - 서로 선택하고 함께 해왔던 시간

2022. 9. 4. 21:33팀.티파니::(순간)/전지적후기

 

저에게 마지막 오프라인 공연은 2020년 초의 <UNSEEN>콘이었는데, 그 때는 정말 그게 마지막이 될줄 몰랐던 터라,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조차도 가벼웠던 어느 날. <Phantasia(2015)>콘서트의 그린ㆍ그레이톤 현수막이 걸려있었던 때를 떠올리며 체조경기장에 왔더니, 여전히 익숙한 핑크색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10주년 기념공연을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올림픽홀에서 하고 그동안 수많은 비난(?)에 시달렸는데, SM에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이번 활동은 어쩐지 슴이 너무 착해져써!!!! 수많은 티져와 이미지와 완전체의 자료들을 마구마구 방출해주더니 팬미팅도 소녀들에겐 안방과도 같던 체조를 잡아주다니!!! 그것도 전 좌석 매진에 시야제한석까지 풀어주는 상냥함(?)을 보이다니 대체 무슨 일이지... 이런 다정한 슴 적응 안돼... 하는 아리까리한 마음으로 팬미팅장에 도착했습니다만....(웃음)

 

핑크 모자에 핑크 티셔츠를 입고 핑크 하트 안경도 쓰고 핑크 공주 가방에 핑크 마스크를 끼고 핑크 애플워치 스트랩에 핑크 마스크 스트랩도 했는데..나같이 꾸민 사람 이미 4578521명.....

 

늘 어딜가든 OOTD 강조하고 파티컨셉 좋아하는 소녀들답게 이번 이벤트에서도 당연히 드레스코드는 핑크였긴 한데.... 어느날 태연이가 무심코 말한 <핑크 '코스믹 페스타'>.. 그 단어가 화근의 불씨를 피우게 됩니다. 핑크는 핑크인데 외계인과 우주를 표현해야 한다니(!) 드레스코드의 하드코어함(?)에 당황한 소원들은 단기간에 급하게 코스프레 용품을 마구 주문해버리는데... 그냥 핑크 아니고 뭘 더 꾸며야 한다고? 외계생명체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함'이 컨셉이라고? 매일같이 이거 샀다 저거 샀다, 핑크 아이템을 갑자기 매진시키는 소원들의 위력, 소녀들은 알고 있을까. 평소에 전혀 핑크 아이템이 없던 소원들을 갑자기 지갑 털리게 만든 소녀들을 고소합....(...) 사실 드레스코드는 둘째치고, 코스프레를 잘한 사람에게 "조심스레 사진 요청을 드릴 것"이라는 공지가 떴는데, '조심스레'가 대체 뭐냐곸ㅋㅋㅋㅋ 소원들에게 하루종일 화제였어요. 게다가 요란하게 꾸미고 갔는데 사진 요청 못 받으면 그냥 "요란하게 꾸민 사람" 될 뿐인 두려움.......(웃음) 그런데 요란스럽게 꾸민 사람 그게 나였네(암전).... 올림픽공원역에 내리면서부터 이미 사진 요청 받을 만한 분을 154875865명 정도 만난 느낌이었는데.... 정작 팬미팅 무대에 8명정도만 올라와서 모두의 머리위로 물음표가 ?!?!?!? 하지만 그 분들은 정말 압도적인(?) 퀄리티였기 때문에 바로 인정. 이건 그냥 인정. 새삼 나의 평범함에 또 한번 무릎을 탁! 친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팬미팅에는 입장선물도 있었는데 팬미팅 로고가 새겨진 예쁜 텀블러와 포카&엽서세트, SMTOWN 디지털 스탬프였어요. 예전의 행사들과 좀 달랐던 점은, 슴여권에 찍던 도장이 디지털로 바뀐 것! 슴여권 어플을 깔고 QR코드를 찍으면 어플에 스탬프가 찍히는 방식이었던 것인데요. 아..이게 광야지(...) 이젠 잉크가 번지지 않아도(파니솔콘 위캔드 도장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부글부글), 여권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아(그게 나에요ㅠㅠ 일본콘 도장 못찍은거 두고두고 후회ing)도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었지만, 어쩐지 아날로그가 아쉬운 이 낡은 마음은 대체 뭔지.....(아련) 

 

팬클럽 선예매의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고도 티켓팅의 장렬한 실패로 3층에 앉아서 이글아이+_+로 지켜봐야 했지만 그래도 체조경기장이 무대와 꽤 가깝고 시야가 잘 트여있어서 무대 전체를 보기에 더 좋았고 돌출 무대도 잘 보였던 것 같아요(하지만 전 10배율 쌍안경을 샀...후후후 면봉시대를 적어도 검지손가락 정도의 크기로는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답니다?....이게 자랑이 맞나 싶지만). 몇년 안 켰더니 혹시 소켓이 상하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혹시몰라 보관할 때 미리 건전지를 빼고 보관해서 다행히 파로봉 상태도 최상! 이번 공연은 따로 연동을 안해도 중앙제어가 되어 오랜만에 야광봉의 통일된 색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점을 밝혀드리면서. (구) 어금니봉 (현)파로봉의 빛나는 물결이 너무 익숙해서 왠지 마음이 뭉클했던 시작 직전의 관객석을, 어쩌면 이게 정말 "다시 만난 (우리만의)세계"였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15주년 기념 팬미팅 - Long Lasting Love
- [220903] 15주년 팬미팅 후기 - 서로 선택하고 함께 해왔던 시간

 

일단 저는 <Closer>를 제 귀로 들었기 때문에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당당).

 

.....는 농담이고, 신곡과 예전곡들이 적당히 섞여서 팬미팅이 아닌 미니콘서트같은 느낌이었달까, 평소보다 훨씬 많은 트랙을 보니 콘서트를 하고 싶었던 소녀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주는 것 같은 세트리스트여서 너희의 욕심이 이정도였다는 거 다 알아주겠어(!), 라는 마음이 들었네요.  

 

만약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과연 오프닝이 뭘까를 두고 나온 많은 반응 중 하나가 Girls Are Back 무대 퍼포먼스를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걸싸백은 대기할 때 음악으로 흘러나왔고 실제 오프닝곡은 불변의 진리 "아 역시 이거지"의 대명사 소말로 시작했습니다. 소말은 퍼포먼스도 멋지지만 항상 입는 제복도 기대가 되었던 것 같아요. 네이비 자켓을 입고 등장해서 특유의 칼군무를 맞추는 소녀들을 보고 있자니, 배우로 가수로 DJ로 각자의 활동영역에 있었던 그들을 원래 하나였지, 라고 인식시켜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집순이였던 써니의 잘 차려진 모습을 보니 아 역시 이써니 제발 아이돌 계속해ㅠㅠ(마음의 소리) 소말에서 파니가 혹시 콘서트때처럼 "티파니 쎄즈!!"를 해주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했는데(?) "소원 렛미힐유스크뤼이이ㅣㅣㅣ임!!!"으로 처리해서 살짝 아쉬운건 저 하나뿐이었겠지요(우후훗) 너무 익숙한 경례로 끝나는 엔딩요정들, 여기부터 이미 눈물바다 펌핑중인 분들도 계셨더라구요. 진짜 내가, 이거 보러 왔지, 그럼.

 

자켓을 벗고 눈부신 화이트톤으로 시작한 <Forever 1>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소시탐탐때 레코딩 비하인드를 봐서 그런지 파니가 "We're not stopping!!" 하는 장면이 시작되자 귀에 쏙쏙 박히는 것이(웃음) 파니 근데 자꾸 한마디 마다 윙크하고 그럴거냐구우(아찔) 소녀들이 계속 밝게 웃어서 좋았어요. 몇 번 하지 않았던 무대지만 그래도 역시 수천명의 관객 속에서 부르는 무대가 가장 절실했을 소녀들과 드디어 만난 우리들이 모여 서로를 그리워하는 그 노래. 사실은 목청껏 "우리는 영원! 위아원!" 외치고 싶어서 찾아간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날 유리가 새벽3시까지 촬영하고 콘서트에 참여해서 유리의 안부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무대에서는 그냥 파워풀& 활기참만 느낄 수 있었어요. 다들 너무 신나서 잠시 잊어버렸었나봐요. 뭐 일단 다른 것보다 칼꿈치 서주현 선생과 수영초이의 '머리카락쪼'가 여전히 열일해주셨고요(음음). 

 

그리고 비욘드라이브로도 생중계되고 있어서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인사를 했는데 "막내씨"가 전하는 외계어?...막내씨는 태국어를 선택해서 낭낭쭙쭙~!!!! 한번씩 해주고ㅋㅋ 그리고 이날따라 서현이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탱구언니(태연언니 절대 노노 서현이에게는 언제나 탱구언니)! 순규언니! 막 부르고 다니고ㅎㅎ 이제는 공식(?)이 된 칼꿈치 마구 휘두르고 다니고.. 그동안 정말 드라마만 찍느라 깝치는 무대 그리워서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어요 우리 막내씨... 그리고 리허설부터 공연내내 소녀들이 울컥하거나 울거나 그런 장면들이 참 많았는데, 초반부터 눈물샘이었던 김뿌앵씨 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가 다 뿌앵시대로 개명해야할 정도로(웃음).. 정말 상상만 하던 그 순간이 이렇게도 이루어지는구나, 라고 뿌듯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다음 곡을 위해 마이크를 바꾸는 동안 스몰토크도 이어졌는데 수영이가 광야 오느라고 '여권' 발급받아야한다고, 자기는 여권에 예민하다고ㅋㅋㅋㅋㅋㅋㅋ  대체 광야 세계관 어디까지인가. 소시탐탐2 얘기가 나오자 파니가 소시탐탐내 유행어(?)가 되어버린 "Call Me!!!!"를 외쳐서 모두 빵 터지고.. 다음에는 여행을 가보고도 싶다고도 했는데 이번 소시탐탐 제작진이 <캠핑클럽> 연출팀이라 부디 소시탐탐2는 장기여행으로 좀...굽신굽신(PD님 일단 열일하시고 콜미!) 

 

이번 활동은 유행하는 단독 엔딩 요정이 아니라 '단체엔딩'으로 진행했었는데 각자가 개인 엔딩컷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습니다....만, 역시 예쁘고 진지한거 잘 못하는 소녀들답게 다들 깨알같이 끼부리다 야유받고 웃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요정'말고 '엔딩'에 집중하는 이런 모습..ㅋㅋㅋ역시 이래야 소시였지2222 이와중에 파니는 나름 카메라앞에서 큰맘먹고 망가져봤지만 이미 소시에는 대놓고 망가지는 멤버들이 즐비해서 색이 바랬다...엔딩에 미련을 두는 오버쟁이로 여운을 남기지만 정작 엔딩요정 퀸은 "울어주세요!"를 요구하는 멤버들에 의해 울음의 대명사 김뿌앵씨가 승리(폭소).

 

신곡으로 염원의 <종이비행기>와 <Closer>의 무대를 볼 수 있었는데 이 종이비행기는 <Pantasia>콘서트때의 종이비행기 이벤트와 연결되어 마치 그때의 보답과도 같은 느낌의 노래였습니다. 둘다 특별히 안무는 없지만 배경에 깔리는 도시의 밤풍경과 함께 가벼운 무드의 시티팝이라 소녀들도 우리도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무대에서 소녀들이 내 최애곡을 부르고 있다니(팀티는 이미 땅을 파고 드러누운 상태). <Closer>는 다들 그냥 자유자재로 프리댄스를 추었지만 후렴구의 파니 파트와 서현파트에서는 각자 매력발산 하고 있는데 멤버들이 둘러싸고 꿀럭꿀럭 웨이브를...ㅋㅋ <빌런>무대를 못해서 살짝 아쉬웠지만 아무래도 그 곡은 철저하게 준비된 안무가 필요해서 그랬던게 아닐까, 생각했네요. 정말 유리 말대로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ㅠㅠ(무대를 준비해볼 수도 있었을텐데)"이란 느낌으로. 하지만 다음 콘서트의 "명분"이 곧 빌런 무대 해야하니까 콘서트 해야겠네!!!가 되길 바라며....ㅋㅋㅋㅋ (근데 나중에 노래 맞추는 타임 때 마침 빌런파트가 나와서 수영이가 창작댄스 추고 윤아가 랩파트로 잔망 of the 잔망을 떨어서 생각보단?! 충분히 즐겼다는 점......ㅋㅋㅋ)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으로 미니게임 코너. 저번 10주년에는 전주 1초듣고 맞추기와 개인 퀴즈내고 선물타기가 게임내용이었는데 이번에는 드레스코드 1인자를 뽑는 OOTD코너와 빨간불 찾기 소시4컷, 가사를 섞어놓고 맞추는 게임을 멤버별로 MC를 맡아서 진행되었습니다. 직접 그린 로고, 인간화환, 붕어신발, 타노스, 핑크괴물, 카드캡터체리, 핑크 우비, 물고기, 외계인....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그냥 '안 알려진 조용하게 꾸민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구나, 라고 내적으로 납득을 충분히 했습니다. 후...이 모습이 영상으로 박제가 된다니 전 아직 머글이라(?) 두려웠읍니다... 여튼 패션 최우선으로 중요시하시는 비주얼디렉터-황님은 그와중에도 완성도를 따지는 꼼꼼한 모습(웃음) 1등에게는 싸인 티셔츠를 선물로 증정했는데, 이 티셔츠가 MD로 팔지 않은거라서(!) 오히려 싸인보다 티셔츠가 더 레어템!!!! 가사 섞어놓고 맞추는 게임에서는 역시나 게임 예능계의 최강자들인 수영 유리 윤아 가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자꾸 메인무대에 난입하는 이써니로 흥망진창.. 카메라 빨간불 찾기 게임에서는 9대의 카메라에서 포커스를 찾아다니는 것이었는데 이건 진짜 나중에 꼭 녹화영상으로 다시 보고싶더라고요ㅠ 한컷 한컷 사진집처럼 소장해야지 증말....여기서 원래 카메라가 랜덤이어야 했는데 파니는 윤아랑 똑같은 앵글이어서(랜덤인척 혼선을 주려던 의도였던 것 같지만 이미 파악당한) 안벽한 승리!!그래서 겨우 겨우 꼴찌 탈출! .. 게임이 모두 끝난 후 각자 얻은 포인트별로 사진에 꾸밀 아이템들을 착용했는데, 파니는 토끼 귀를 골랐습니다. 토끼귀할까 화관할까 하나씩 집으며 관객호응도를 살폈는데, 파니는 역시 귀여운거지! 라는 마음이 다들 통했는짘ㅋㅋㅋㅋ 화관할땐 잠잠했다가 토끼귀하니까 다들 환호성 발사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귀여운 아이템1을 득템했고, 꼴찌인 태연이는 다들 쓰고 남은 아이템을 몽땅 착용해야하는 벌(?)을 받았으나 의외로 아이템에 호기심을 가져 결국 젤 이쁘게 꾸며진걸로......그야말로 인간 나비스(웃음) 이렇게 다들 인간 화환, 곰 귀, 날개 등을 나눠가진 후 단체사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자신의 처음을 말하는 <입덕 다이어리>도 하나의 이벤트였는데, 아주 오래된 팬도 있었고, 얼마전에 입덕한 팬도 있었습니다. 15년이란건 참 신기해요. 15년된 팬도, 3개월된 팬도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소녀시대라는 울타리안에서 지금이렇게 모두 모여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오래된 추억들을 읽어가면서 그시절 광고촬영 이름이 나오자 모두 짠하게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불러보는 팬의 이름이나, 아기자기한 글씨들이 감동했던 시간이었네요. 저는 이거 썼다간 파니야!만 801번 깜지처럼 쓸 것 같아서 못 제출...(........)

 

변하는 것은 세상에 많지만 영원히 변치않는 것들도 있어.

 

흥과 디스가 난무했던 게임타임을 지나 다시 노래타임이 왔는데... 천재 작사가 수영초이의 빛나는 히트곡(!) <그 여름>과, 숨겨진 팬송(?) <Light Up the Sky>의 무대도 이어졌습니다. 평소에 후회를 잘하는 편인데 이 노래만큼은 후회를 하지 않았다는 소개가 가장 마음에 콱 와닿았어요. 정말 최수영은 진짜 소원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골라서 어쩜 그리 쏙쏙 뽑아서 펼쳐놓는지 어록 캐리어라도 가지고 다니나봐요(....) 또한 라업스를 무대로 보는건 마음이 찡하면서도 먹먹해지는 일인데, 그여름과 라업스라니 소원 대성통곡 만들기로 작정한 구간반복 아니냐구우.. 소녀들도 노래 중간중간 눈물이 터져가지구 꾹꾹 애써 누르는 모습을 계속 보고, 라업스에선 파니마저도 음정이 흔들릴만큼 울컥해서 듣고 있는 저도 눈에서 자꾸 땀이 나고... 소녀들은 분명 매일 변화해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 앞에서는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는걸, 오늘 그대로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때 쯤 소원들이 슬로건 이벤트 [다음 생에도 소녀시대 해줘 / 그럼 나는 또 소원할게] 를 했었는데, 엄청 대단한 특수효과가 아니더라도 단순한 단어 몇마디로도 사람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효과가 정말 있긴 한가봐요. 늘 예상하는 이벤트이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주는 멘트의 힘이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래서 노래 끝나고 멘트시간에 오랜만에 파도타기도 했죠오!!! 정말 잊고 싶지않고 잃고 싶지도 않은 핑크오션..ㅠㅠ

 

발랄하고 달콤한 파스텔톤 스커트로 의상 체인지를 하고 돌아온 소녀들은 다만세, Gee, 럭라댓의 무대를 이어갔습니다. 아니 근데 다만세때 세상 노래 제일 잘 불렀던 태연이가 노래 끝나고 나서 "인이어가 꺼졌었다"라며 칭얼거리는데 뭐? 이런 느낌이었네요ㅎㅎ 전혀 몰랐는데!!!! 현장반주에서도 이렇게 부른다니 역시 천재보컬이었네 우리 태연이... 아마 그냥 숨쉬는 것과 똑같이 부르는 노래라서 그런건지(웃음) 마지막 멘트를 하던 중에 수영이는 일기를 쓰지 않지만 우리가 내 일기다, 라고 하고 그에 대해 태연이는 일기를 쓰는데 사실 사진의 중요함을 몰랐어서 이젠 많이 남겨둬야겠다, 라는 말을 해서 다같이 대폭소. 둘이 진짜 정반대 성격인데도 생활에서 이래저래 잘 맞는걸 보면 오랜 친구란 진짜 '서로를 맞춰주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이와중에 평생 사진과 영상으로 살아오신 티그래퍼씨 발끈ㅋㅋㅋ 순간순간 그 때의 마음을 적어놓은 기록도 물론 소중한 자료지만 때로는 사진이든 영상이든 '보고 기억하는' 자료가 중요한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였는지 이번 활동 때 소녀들끼리 이래저래 다양한 사진과 영상들을 남겨줘서, 그게 너무 고마웠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고요. 그나저나 단체 포토타임에 또다시 등장한 끝나지 않는 머슬퀸 포즈(.....)

 

늘 듣고 어제 듣고 내일 들어도 또 감격하는 다만세와 GEE무대도 좋았지만 이번 앨범 수록곡인 럭라댓 무대를 왠지 모르게 기대했었는데 마침 딱 흘러나와서ㅠ 소녀시대의 뉴 이벤트 엔딩송으로 제격이다! 싶었다고 할까요. 저도 라업스,럭라댓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는 윤아처럼 이 노래가 핑크오션 속에서 울려퍼지는걸 상상해봤는데 그게 실제라니, 정말 꿈과 같더라고요. 기다려온 소원들이 오늘로 다 이뤄졌듯이, 라는 가사가 사실상 오늘의 주제가 아니었을까.

 

마지막 앵콜곡(들)은 "소녀시대가 소녀시대했다" 라고 자부할만한 키싱유와 파티였는데, 다만세때 입은 알록달록한 파스텔 원피스가 이 곡을 위한게 아니었나 싶었던 느낌도 주었네요. 럭라댓 다음(계획상 가짜엔딩) 영상에 손편지가 나와서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글도 엄청 길게 써놔서) 그러느라고 앵콜을 좀 늦게 외쳤더니ㅋㅋㅋ 뒤에서 앵콜 준비하고 있다가 객석이 너무 조용해서 계획 망한 줄 알고 당황했다던 소녀들ㅋㅋㅋㅋㅋ 키싱유 부르고나서 정말 헤어지기 싫어서(이미 3시간이 훌쩍 넘은 상태) 긴급회의 솟밥말이 토크쇼를 거쳐 갑자기 파티 추가! ㅠㅠ 파니가 일어나라고 외쳐서.. 마지막엔 진짜 전부 다 일어나서 같이 즐겼어요. 코로나로 오랜동안 크게 호응도 못하는 콘서트를 가졌던터라 다들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지나면, 다시금 예전같은 환호성과 거침없는 응원이 난무하는 무대를, 다시 가질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기다리면 다, 돌아올거에요.

 


팀티파니닷넷 @teamtiffanynet

파니야, 너는 내 청춘 속 가장 예쁘고 소중한 순간이야. 때로는 맞추기 직전인 퍼즐같고 때로는 나올듯 나오지 않는 테트리스 속 긴 막대같지만 너를 기다리는 시간도 이젠 내 인생의 일부분이 되었어. 고마워,나의 순간아.

- 오후 11:14 · 2022년 9월 3일 / 팬미팅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올린 트윗

 

 

선택권과 시간에 대하여
- [220903] 15주년 팬미팅 후기 - 서로 선택하고 함께 해왔던 시간

 

영너꿈 나레이션과 함께 "소녀시대에게 소원이란" 영상. 10주년에 팬이벤트로 소원에게 소녀시대란? 이라는 영상을 선보여서 소녀들을 죄다 울음바다로 만들었었는데, 5년만에, 그 해답이 기적처럼 찾아왔습니다.(물론 이쯤해서 이렇게 일 잘하고 소통잘되는 슴 다시한번 낯설다 너란 스엠....) 팬레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언제나 같이 있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고, 충전이 되게 해주고, 서로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걸 소녀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할까요. 소녀들도 다 알고 있고, 그런 우리도 이제는 소녀들을 숨쉬는 것처럼 믿고 있구나.  

 

파니에게 소원이란? 최고의 동료, 파트너, 이제... 멤버입니다. 이번 15주년 정규 7집 앨범을 작업하면서 멤버들 뿐만 아니라 소원이 없었다면 만들어낼 수 없었던 앨범, 작업, 시간, 추억들이었어요. 그 어느 때보다 더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최고의 동료, 나의 원동력, 나의 명분^_^ 이 되어줘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Love U, Thank U♡
- 소녀시대에게 S♡NE이란? 영상 중  

 

항상 뭔가 활동을 하려면 『명분(justification)』이 있어야 한다고 의지가 가득한 표정을 짓던 파니였지만 14주년부터 왠지 자꾸 명분 타령을 하더니(!!!), 이렇게 15주년에 《컴백의 이유》를 드디어 만들어 올 줄이야(웃음).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에 다른 걸 생각치도 못할 것 같으면서도 틈을 내서 서로 만나고 차근차근 앨범을 준비하고 활동을 기대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왔을 것을 생각하니 오히려, 소녀들이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었던 앨범이고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요. 몇주년이든 무슨 기념이든 어떤 활동을 위해서 홍보차 나와야겠다 마음먹든 사실 그런게 중요한건 아닌 것 같아요. 늘 한결같이 지켜봐왔고, 기대하고 있었고, 언제든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우리. 그저 언제든 "함께" 해주기만을 바랐던 우리. 사실 기약없는 기다림에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자꾸만 과거의 추억들만 되돌려보며 갈증을 느낀 적도 없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보낸 신호에 끈기있게 달려와준 소녀들이 나의 기다림에 대한 명분이었고, 나의 빈 칸을 채워줄 단어들이었고, 내가 내일을 또 살아가게 할 의지였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바로 그 명분과 단어와 의지가 찾아왔습니다. 기다림에 대한 보답을 이렇게 충분히 받다니, 이렇게 열렬하게 해답을 제시해줘서 서로 기쁘고 신나고 흥분만 가득했던 그런 여름밤.

 

멤버들한테도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얘기했지만 소원한테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한 분 한 분 한 명 한 명 다 건강하게 이대로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었어요. 5년 동안 가장 소중하다고 느낀 게 '선택권'과 '시간'인데 오늘도, 그리고 15년 동안 매 순간 저희를 선택하고 시간을 함께해줘서 너무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좋은 음악... 정말 한 명 한 명 너무너무 소중하잖아요. 여러분도 그래요. 앞으로도 우리 건강하고 행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워하지 말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하고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 팬미팅 마지막 멘트

 

오랜만에 정말 다시 없이 소중한 일분 일초인데 활동 직전에 코로나로 활동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든 멤버들이 큰 탈없이 "꼭 필요했던 곳"을 장식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아픔을 견뎌가면서 '아쉽지 않게 해주려고' 노력해준 소녀들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생했어요 다들. 무대든 행사장이든 주차장에서든, 이렇게 두 눈으로 소녀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줘서 정말 아무런 욕심이 없었어요. 

 

파니는 "소원이 소녀들을 선택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소녀들이 나를 선택해준 거라고 생각해요. 우연을 가장해서 자꾸 눈에 아른거리게 만들고(!!) TV틀면 다양한 모습으로 비춰져서 자꾸 채널을 돌리다 말고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고(!!) 내일 애들 스케줄이 뭐였지, 내 활동도 아닌 너희의 내일을 궁금하게 만들고(!!) 당최 어디부터 세뇌된건지(....국정원에 물어봐야 할 지경ㅋㅋ) 모르겠으나, 그냥 모른척하고 계속 당해줄테니 계속, 너를 원하는 이런 나를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뻔뻔). 데뷔 초부터의 팬이 아니었더라도, 소말이든 아갓보든 포에버원이든 중간 어딘가부터 스며들었더라도 우리는 모두 '선택받은' 팬이고 같은 길을 가는 그들의 '동료'로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게 맞는 것 같아요. 소녀시대의 럭키넘버의 마지막은 언제나, 소원이었던 것처럼.   

 

 

없어질리 없는 해피니스
- [220903] 15주년 팬미팅 후기 - 서로 선택하고 함께 해왔던 시간

 

와줘서 고맙고 거기 있어줘서 고맙고 내가 원하던 모습을 해줘서 고맙고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있을 수 있어서 고맙고 내가 지쳤을 때 나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와 줘서 고맙고 내가 너를 보러 갈 흥분을 선사해 줘서 고맙고 너를 위한 생일선물을 고르며 괜히 내가 더 신났던 순간들이 고맙고 너의 목발과 상처 난 목이 잘 돌아온 날들이 고맙고 네가 웃고 웃지 않더라도 무언가에 집중하고 열심히였던 그 시간들을 나에게 보여줘서 고맙고 너의 내일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게 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파니야.

 

럭키라잌댓 무대에서 태연이가 파니를 향해 “고마워!”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던 그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다른 어떤 수식어보다도 딱 그 한마디가 모든 의미를 담아 전해주는 것 같았어요. 말해놓고 오글거려 금세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얼버무리던 태연이의 시선의 끝엔, 없어질 리 없었던 바로 그 ‘해피니스’가 서 있습니다. 『해피니스 호우웽씨』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지었고, 우리가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새삼 깨닿네요, 해피니스라는 이름의 너는 이렇게 한 발자국 앞에서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 공연에서 유난히 소녀들이 서로 손을 잡거나 마주보고 웃는 장면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이렇게 익숙한 장면인데 살아가면서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이 온다니, 알면서도 자꾸만 전광판에 가득차있는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기에 바빠집니다.

 

이제는 우리가 예전과 달리 함께했던 과거와 제각기 나아갈 내일을 모두 '알고 있는' 오늘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다 알고 있어서, 그들의 표정이 예전보다 더 후련해 보였어요. 이젠 다 괜찮음을 믿고 있는 웃음, 그리고 자꾸 울컥하는 것조차도 안심이 되는 느낌. 또다시 우리는 긴 터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제는 그 터널이 길고 어두운 콘크리트 터널이 아니라, 나무 넝쿨이 우거지고 바닥이 푹신푹신한 어느 둘레길의 장미터널 같은 그런 길이 되리라 마음속으로 상상의 터널을 만들어 봅니다. 내가 기다리고 네가 돌아와 줬으니까 지금의 우리가 있는거겠죠. 어른이 되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어쩌면 익숙함을 놓치거나, 혹은 절실함의 의미를 알게 되거나, 때로는 고마운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깨닫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벌어진 차이를 좁히고 느슨했던 인연의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것. 너무 늦지않게 깨달았으면 싶을 때가 있죠. 소녀시대와 소원은 긴 시간 우리가 쌓아온, 인생의 단단해진 한 조각이라는 것.

 

 

짧았지만 생각보다 길었던 그 여름,
불같이 달리고 열정을 바쳤던 날들과
우리에게 스며들었던 소녀시대여,
안녕의 의미를 우린 알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