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니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합니다.

2009. 11. 4. 01:18팀.티파니::(팊사전)




"말을 잘 못하는게 너무 싫고 창피했다"

그리고 또 항상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전자사전을 보고 대본을 외우고 주위사람에게 끝없이 물어본다"

누가보면, 토익 만점자의 수기..쯤으로 볼 것같네요...(웃음)

파니를 보고있으면, 가끔은 병아리가 닭이 되기 직전의,
하얗고 털이 날리는 중닭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설프지만 어른스럽기도 하고 다 큰 것같은데 아직 어린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 온지 5년. 어떻게보면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느 한 나라에 완전히 녹아들기엔 짧은 시간이지요.
말은 의사소통만 되어도 사실 상관없다지만, 생활방식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같은 민족이라지만, 살아온 방식이 전혀 다른, 말그대로 '이방인'이었던 
그 아이.

주민등록번호 조차도 없는 그 아이가,
한국에 와본적도 없는 그 아이가,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아니지요, 단지 노래가사를 읽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요?

아이가 글을 깨치는데는
과히, 수능이나 토익시험급의 공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어디 대학시험공부하듯 맹렬히 말을 배워가는,
아니 언어에 물들어가는 모습.

언젠가 아이의 기사였던가 인터뷰였던가...를 검색하던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말을 잘 못하니까, 노래를 외웠다..라던. 그런 뉘앙스의 글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왜 [human juke box]였는지, 
처음엔 그냥 아 노래를 좋아하는 애구나...그냥 단순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아이가 노래를 많이 알게 된건
노래를 통해서라도 자립을 하려고 했던,
일종의 의지의 표현이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처럼, 딱히 외국에 진출하기위해 일부러 배운 것도 아니고
몇시간씩 트레이닝받아가며 배운 완벽한 말도 아니었고
그저, '살아가기위해' 혹은 '노래하기위해' 배운 한국말..


소소가백을 할 때도, 녹화 전날 밤새도록 대본을 외우고
방송하기 전에도 항상 사전을 뒤져 모르는 말을 체크하고
사전없이 방송에 오는 날엔 전자사전으로 체크를 하고
혼자 아무리 해도 모르겠으면, 그제서야 눈치를 보며 물어보고.
공부란게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닌데, 승부욕이 강한 아이는 
뭔가 '못하면 안된다' 라는 강박관념같은게 아주 오랫동안,
아이를 지배하고 있었나봅니다.

오늘
강심장에서 그 때의 얘기를 하면서
왠지, 그시절의 자신을 분하게 여기고 있던 아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건, 결코 창피한게 아닌데.

파니는 영어를 우리 그 누구보다도 잘하니까,
자기가 할줄 아는게 있으면서 하나를 더한다는건데.
왜 그걸 그렇게 부끄러워 했을까요.
영어로 수십분씩 인터뷰도 술술 막힘없이 잘하면서.


아이가 이 글을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오늘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소감을 요약하자면,

"너는 잘하고 있다.네가 노력하는 길이, 곧 네가 나아갈 길이다"

라고. 
노래하기 전에 네가 직접 암시를 하던 , 그말처럼.

너는 잘할 수 있어.

아이는, 그래서 가수가 되었습니다.
말을 잘하든 못하든 영어를 하든 중국어를 하든 한국어를 하든
노래라면, 모든걸 다 하나로 아우를 수 있으니까.
말을 꼭 어휘를 많이 알고 물흐르듯 한다는게
말을 잘한다는게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면 돼.
말을 하지않아도 알 수 있으면 돼.
정말 그 의미를 이해했다면, 
더이상 창피해하지도, 어려워하지도 말고
부담감, 말을 하기까지의 긴장감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